아진이와 두 돌 기념 호주 여행, 멜버른 미술관에서 보낸 3월의 기록
이 글의 핵심 요약
2024년 3월, 두 돌 아진이와 함께한 호주 멜버른과 뉴질랜드 여행 기록입니다. NGV 미술관과 테 파파 박물관에서의 유모차 이동 동선, 아기랑 즐기기 좋았던 키즈 섹션 정보를 실제 경험담에 담았습니다. 여행 내내 하늘이와 푸딩이가 생각났던 초보 부모의 우당탕탕 해외 박물관 투어 이야기입니다.
아진이와 두 돌 기념 호주 여행, 멜버른 미술관에서 보낸 3월의 기록
혼자 배낭 메고 걷던 멜버른 거리를 유모차를 밀며 걷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2024년 3월, 딱 두 돌을 맞은 아진이와 함께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예전에는 가방 하나 메고 가볍게 오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진이 여벌 옷에 비상약, 거기다 하늘이 위탁소 맡기는 준비까지 하느라 출발 전부터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였죠.
혼자 오던 곳에 아진이랑 셋이서 다시 오게 될 줄은
비행기 안에서 10시간 넘게 아진이가 버텨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문이었어요. 아진이는 차 안에서도 조금만 답답하면 소리를 지르는 편이라 남편이랑 저는 비행기 구석 자리에서 거의 보초를 서다시피 했거든요. 다행히 남편이 미리 태블릿에 담아온 영상물 덕분에 큰 위기는 넘겼지만, 멜버른 공항에 내리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스카이버스 안에서도 아진이는 창밖 풍경보다는 제 손에 들린 과자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멜버른의 3월은 한국의 가을처럼 선선해서 아진이 가디건을 챙기길 정말 잘했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 준비하면서 예전에 썼던 아진이네 도쿄 첫 해외여행 기록을 다시 읽어봤는데, 그때보다 짐은 늘었지만 아진이가 조금 더 컸다는 게 느껴져서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애 데리고 미술관은 무리라는 남편 말에 오기가 생겼던 날
남편은 제가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NGV)에 가고 싶다고 하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쥐고 검색에 열을 올렸어요. 평소에도 패턴B 스타일답게 저보다 더 꼼꼼하게 찾아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유모차 반입 동선부터 기저귀 갈이 시설 위치까지 엑셀로 정리할 기세였죠. '애가 조용한 미술관에서 소리라도 지르면 어쩔 거냐'며 걱정하는 남편의 말에 오기가 생겨서 무조건 가야겠다고 우겼습니다.
미술관 입구의 상징인 거대한 유리 벽 폭포 앞에 섰을 때, 아진이가 물줄기를 보고 달려드는 걸 겨우 붙잡았어요.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아진이 입을 막으려 했더니 남편이 옆에서 더 안절부절못하더라고요. 정작 입구 안내 직원은 아진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키즈 섹션 위치를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그제야 저희 부부의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풀렸습니다.

멜버른에서 4시간, 뉴질랜드에서 3시간 동안 기록한 것들
3월 15일 오후 2시쯤이었을 거예요. NGV 키즈 섹션에 들어갔을 때 아진이 눈이 반짝이는 걸 보고 나서야 '아,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아진이가 1시간 넘게 한자리에 앉아 블록 놀이에 집중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랑 남편은 교대로 근처 전시물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비행기를 타고 넘어간 뉴질랜드 웰링턴의 테 파파(Te Papa) 박물관은 규모부터가 압도적이었어요. 입장료가 무료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층별 테마가 확실했는데, 특히 아기들을 위한 체험형 전시가 많아 아진이가 3시간 내내 유모차도 안 타고 뛰어다녔죠. 남편은 옆에서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했냐'며 그제야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진이는 특히 거대한 대왕오징어 모형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주차비가 비싸다는 사실도 잠시 잊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유모차 대여 안 하고 가져가길 잘했어요
현지 박물관마다 유모차 대여 서비스가 정말 잘 되어 있긴 했지만, 저희는 한국에서 쓰던 휴대용 유모차를 가져갔어요. 아진이가 워낙 예민해서 자기 물건이 아니면 앉으려 하지 않는 성격이라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미술관 내부 바닥이 카페트나 매끄러운 대리석이라 밀고 다니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 NGV 키즈 섹션 입장료: 무료 (특별 전시는 유료)
- 테 파파 박물관 주차비: 시간당 약 4~5달러 수준 (입구 바로 앞이라 편리함)
- 유모차 반입: 모든 층 엘리베이터 이용 가능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진이가 유모차에서 스르르 잠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오후 4시쯤이었는데, 그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혼자 여행 온 기분을 내며 멜버른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대여 유모차였다면 아진이가 불편해서 금방 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이랑 서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자화찬을 했네요.

테 파파 4층 전시실을 다 못 보고 나온 게 자꾸 생각나요
뉴질랜드 테 파파 박물관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아진이의 컨디션을 조절하다 보니 결국 4층 전시실은 입구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어요. 아진이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신호를 보냈거든요. 더 욕심을 냈다가는 여행 전체를 망칠 것 같아 포기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그곳에 뭐가 있었을지 자꾸만 궁금해집니다.
집에 돌아오니 위탁소에서 돌아온 하늘이는 삐쳤는지 한참을 제 곁에 안 오고 멀찍이 떨어져 있더라고요. 겁 많은 녀석이라 낯선 곳에서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푸딩이는 평소처럼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제 캐리어 근처를 계속 맴도는 걸 보니 은근히 저희를 기다렸던 모양이에요. 다음엔 아진이가 조금 더 크면 하늘이도 같이 갈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여행은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그래도 아진이의 기억 속에 파란 호주 하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길 바랄 뿐입니다.
아직도 호주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진이가 유모차에서 발을 흔들던 그 여유로운 오후가 벌써 그리워지네요. 다음엔 정말 4층까지 다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참고
— 기준일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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