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이와 떠난 5월 전주 여행, 하늘이의 눈물과 한복 사진 사이

여행2026년 4월 13일수정 2026. 06. 01.5분 소요6
아진이와 떠난 5월 전주 여행, 하늘이의 눈물과 한복 사진 사이

이 글의 핵심 요약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 2세 아진이의 첫 한복 사진을 남기려다 겪은 현실적인 육아 및 반려견 동반 여행기입니다. 주차 요금, 한옥 스테이의 문턱 문제, 애견 동반 식당의 어려움 등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팁을 담았습니다.

아진이와 떠난 5월 전주 여행, 하늘이의 눈물과 한복 사진 사이

햇살이 제법 뜨거워지기 시작한 2024년 5월이었어요. 만 2세가 된 아진이에게 예쁜 노란색 한복을 입혀서 경기전 돌담길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전주행을 결정했습니다.

집에서 전주까지 3시간이 넘는 거리라는 걸 알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질지는 상상도 못 했어요.

3시간 내내 덜덜 떨던 하늘이와 카시트 탈출 작전

차 문을 열자마자 하늘이가 제 무릎 위로 뛰어올라 몸을 떨기 시작할 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겁 많은 우리 하늘이는 차만 타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아는데, 이번에도 혀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 팔에 얼굴을 파묻더라고요. 아진이는 처음 한 시간은 창밖을 보며 좋아하더니, 전주 톨게이트가 보일 때쯤엔 결국 카시트가 답답하다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운전하며 계속 백미러로 아진이를 살피는데 저까지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휴게소에 들러도 하늘이는 낯선 냄새 때문인지 풀밭에 발도 못 붙이고 굳어 있었고, 아진이는 자꾸만 주차장 쪽으로 뛰어가려 해서 진땀을 뺐습니다.

남편이 그냥 병원 가자고 할 때처럼 단호하게 "이거 무리 아니야?"라고 물었을 때, 저는 대답 대신 아진이 입에 퓨레를 넣어주는 수밖에 없었네요.

주차장 입구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짐 가방의 무게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을 때,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1일 최대 주차 요금이 12,000원이라 주차비 걱정은 덜었지만, 유모차에 하늘이 전용 가방, 그리고 아진이 기저귀 가방까지 챙기니 어깨가 끊어질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짐더미를 보더니 차라리 짐 서비스가 되는 호텔을 잡지 그랬냐며 실용적인 팩폭을 날렸는데, 그 말이 너무 맞아서 반박도 못 하고 입술만 깨물었죠.

아진이는 유모차에 타자마자 덥다고 짜증을 냈고, 하늘이는 가방 밖으로 고개만 내민 채 낯선 인파에 겁을 먹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아이와 함께, 동현 아빠의 현실 가이드를 미리 읽었을 때 주차장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를 우습게 본 제 잘못이었어요. 돌길 위에서 유모차 바퀴는 덜덜거리고 제 손목은 시큰거렸습니다.

한옥 문턱이 이렇게 높을 줄이야

아진이가 방에 들어가려다 턱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요. 예약한 한옥 숙소는 마당이 참 고즈넉하고 예뻤지만, 걸음마가 완벽하지 않은 만 2세 아이에게는 사방이 장애물 코스 같았습니다.

마루는 높고 방 안은 좁아서 아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구 모서리에 부딪힐까 봐 계속 뒤를 쫓아다녀야 했거든요.

하늘이는 더 가관이었어요. 평소에도 예민한 성격인데 낯선 나무 냄새와 삐걱거리는 마루 소리가 무서운지 제일 좋아하는 닭가슴살 간식도 거부하고 제 발치에만 붙어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옆방 사람들의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창호지 문을 넘어 그대로 들려왔어요. 아진이가 잠꼬대라도 크게 하면 어쩌나 싶어 남편과 숨죽이고 누워 있는데, 남편이 "내일은 그냥 일찍 집에 갈까?"라고 묻더라고요. 그때 정말 짐을 다시 싸고 싶다는 유혹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비빔밥 한 그릇 편하게 못 먹었지만 남은 사진 한 장

결국 유명하다는 맛집들은 긴 줄과 애견 동반 불가라는 벽에 부딪혀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숙소 근처 한적한 골목에서 대충 비빔밥을 포장해와서 마루에 앉아 먹었는데, 아진이가 숟가락을 휘두르는 바람에 밥알이 옷에 다 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번 여행은 완전히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빌려 입힌 노란 한복을 입고 아장아장 경기전 길을 걷는 아진이를 보니 마음이 조금 녹더라고요. 비록 하늘이는 가방 안에서 떨고 있었고 저와 남편은 땀범벅이었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선명해 보였습니다. 5월의 초록빛 나무들과 노란 한복이 참 잘 어울렸거든요.

  • D+1 오전 10시: 한복 대여 (2시간 20,000원 정도)
  • D+1 오전 11시: 경기전 입장 (성인 3,000원, 아진이는 무료)
  • D+1 오후 1시: 편의점에서 아진이 우유와 하늘이 물 챙기기

다음에는 하늘이 컨디션을 더 챙겨야 할 것 같아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늘이는 자기 방석으로 직행해서 코까지 골며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버텼던 게 안쓰러워서 북어국을 끓여줬는데, 평소 도도하던 푸딩이가 웬일인지 하늘이 곁에 슬쩍 앉아 냄새를 맡더라고요. 아진이도 자기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진 걸 보니, 이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이 즐거움이었을지 고생이었을지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아직도 아진이가 문턱에 걸려 휘청이던 모습이나 하늘이의 겁먹은 눈초리가 잔상처럼 남아 있어요. 다음 여행지를 정할 때는 감성적인 한옥보다는 무조건 문턱 없고 방음 잘 되는 현대식 호텔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짐을 반으로 줄이는 법부터 다시 연구해봐야겠는데, 아진이가 좀 더 크면 이 모든 고생이 추억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요.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보니 벌써 5월도 다 지나가고 있네요. 아진이의 노란 한복 사진은 거실 한쪽에 붙여두었는데, 볼 때마다 그때의 땀 냄새와 전주의 공기가 떠올라 미소 짓게 됩니다.

참고

— 기준일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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