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아진이와 떠난 괌 여행, 13개월 아기랑 수영장만 지켰던 4일간의 기록

여행2026년 4월 14일5분 소요2
2023년 5월 아진이와 떠난 괌 여행, 13개월 아기랑 수영장만 지켰던 4일간의 기록

이 글의 핵심 요약

2023년 5월, 생후 13개월 아진이의 돌 기념으로 떠난 괌 여행 기록입니다. 배낭여행객이었던 저희 부부가 아기 짐으로 캐리어를 채우고, 결국 모든 관광 일정을 포기한 채 호텔 수영장에서만 보낸 4박 5일간의 생생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2023년 5월 아진이와 떠난 괌 여행, 13개월 아기

랑 수영장만 지켰던 4일간의 기록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던 5월이었어요. 아진이가 막 돌을 지나 13개월이 됐을 때였죠. 예전에는 남편이랑 둘이 배낭 하나씩 메고 태국이며 일본이며 잘만 다녔는데, 이번엔 아진이 짐만으로 큰 캐리어가 꽉 차더라고요. 기저귀 한 팩에 액상 분유, 이유식까지 챙기다 보니 정작 제 옷은 두 벌밖에 못 넣었어요. 비행기 안에서 아진이가 하늘이처럼 겁이 많아 울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저에게 남편은 가서 부족하면 사면 되지라며 툭 내뱉었어요. 그 말이 맞긴 한데, 챙겨야 할 게 산더미라 속으론 좀 툴툴거렸죠.

초여름 괌으로 떠나기 전, 아진이 돌 기념 여행을 계획

하던 날

공항 가는 길부터 벌써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어요. 아진이는 카시트에서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며 칭얼거렸고, 저는 비행기에서 먹일 간식을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괌은 아기랑 가기 좋다는 말만 믿고 호기롭게 비행기 표를 끊었는데, 막상 4시간 넘는 비행을 앞두니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남편은 옆에서 여행 가이드북을 보며 맛집 리스트를 읊고 있었는데, 그게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집을 나서기 전 거실 구석에서 짐 가방을 빤히 쳐다보던 푸딩이의 무심한 눈빛이 생각나네요. 푸딩이는 우리가 어딜 가든 관심 없는 척하지만, 꼭 현관문 앞까지 나와서 지켜보거든요. 반면 하늘이는 자기도 데려가는 줄 알고 꼬리를 흔들다가 우리가 문을 닫자마자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를 뒤로하고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습니다.

결국 남편 말대로 일정을 다 비우기로 한 순간

괌 공항에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습기가 느껴졌어요. 아진이는 낯선 공기와 사람들 때문인지 유모차에 앉히자마자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고요. 미리 알아둔 유명한 수제버거 집이랑 전망대 리스트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지는 기분이었어요. 남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진이를 안더니, 그냥 이번 여행은 호텔 수영장에서만 놀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여기까지 와서 수영장만 있나 싶어 아쉬웠는데, 아진이가 물속에서 발을 구르며 웃는 걸 보니 그게 정답이었다는 걸 바로 알았어요.

여행 중에는 욕심을 버리는 게 육아 여행의 핵심이라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죠. 명소 한 곳 더 가는 것보다 아진이가 낮잠 한 시간 더 자는 게 훨씬 평화로운 여행이 되더라고요. 괌 공항 에어컨이 너무 세서 아진이가 감기 걸릴까 봐 챙겨간 얇은 가디건이 신의 한 수였어요. 렌터카 업체 직원이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당황했던 기억도 나네요.

D+1일부터 4일까지, 아진이랑 보낸 괌에서의 진짜 시간

들 첫날은 사실 호텔 체크인하고 근처 T갤러리아를 슬쩍 걸어본 게 전부였어요. 괌 날씨가 5월이라도 꽤 더워서 아진이가 금방 지치더라고요. 둘째 날부터는 오전 10시면 무조건 수영장으로 나가는 단순한 루틴을 만들었죠.

  • D+1: 오후 3시 호텔 도착. 아진이 컨디션 난조로 저녁은 호텔 1층에서 대충 해결.
  • D+2: 오전 10시 수영장 입수. 아진이가 물을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보행기 튜브에서 발을 젓는 게 너무 귀여웠어요.
  • D+3: 렌터카를 빌려 사랑의 절벽에 다녀왔어요. 주차비 5달러를 냈는데,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아진이가 '와' 하고 소리 지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 D+4: 점심은 결국 아진이 컨디션 때문에 ABC스토어에서 산 무스비로 대충 때웠어요.

기록을 보니 4일 동안 찍은 사진의 80%가 호텔 수영장 배경이더라고요. 남편은 명소 못 갔다고 투덜대지도 않고 아진이랑 물놀이해 주느라 어깨가 다 탔어요. 나중에 아진이가 좀 더 커서 호주 같은 곳에 가면 미술관도 같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의 기록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겠죠?

지금 생각하면 그 덥던 날씨보다 아진이 웃음만 남았네요

집으로 돌아온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면 그때 괌에서의 햇살이 떠올라요. 비행기 안에서 4시간 넘게 아진이를 안고 서서 달래던 그 허리 통증은 이제 거의 기억도 안 나네요. 면세점에서 아진이 주려고 산 알록달록한 원피스들을 정리하다 보니,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벌써 고민하게 돼요.

귀국해서 현관문을 열었을 때, 하늘이가 꼬리를 흔들다가도 며칠 비웠다고 삐쳐서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리던 뒷모습도 이제는 다 웃음이 나요. 푸딩이는 여전히 캣타워 위에서 관심 없는 척 저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요. 여행 중에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아진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 하나만으로도 그 고생을 다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다음엔 하늘이도 같이 갈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

괌 해변을 걷다 보면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종종 보였거든요. 그때마다 호텔에 맡겨두고 온 하늘이 얼굴이 자꾸 겹쳐 보여서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푸딩이야 워낙 도도해서 집에서 홈캠으로 봐도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겁 많은 하늘이는 낯선 곳에서 밥도 잘 못 먹었을 텐데 말이죠. 아진이가 좀 더 크면 하늘이도 같이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가까운 제주도라도 차를 타고 가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당분간은 이대로 아진이와 하늘이가 거실에서 뒹구는 걸 보며 다음 여행지를 천천히 찾아볼 것 같아요. 5월의 괌은 뜨거웠지만, 지금 우리 집 거실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은 그때보다 훨씬 부드럽네요.

참고

— 기준일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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